축제 ‘한라산 아래 놈삐꽃 필 무렵’ 8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작황이 좋지 않고 가격까지 폭락해 수확을 포기한 무밭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무꽃이 하얗게 피었다. 월동무 농사에 실패한 농민들은 하얀 무꽃을 주제로 축제를 마련했다.
7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2리 두수오름 서쪽에서 주민들이 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어떤 이는 트랙터로 산책길을 내고, 다른 이는 현수막을 준비하고 있다. 무밭을 배경으로 축제를 열겠다는 사람들이다.
올해 제주에서 월동무를 재배한 농민들은 이 마을 주민들처럼 수확을 포기하거나, 수확해도 수익을 건질 수 없었다.
지난 1월에 닥친 북극한파로 동해, 무름병 등이 나타났고, 봄에는 썩음병이 발생했다. 게다가 12월과 1월에 가뭄이 지속하면서 무가 제대로 크지를 못해 출하가 뒤로 미뤄지면서 3월 홍수출하로 이어졌다. 도매시장에서는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하례2리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무 농사를 지었는데, 애써 재배한 무의 일부만 수확하고 대부분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날씨가 따뜻해지자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무에서 꽃대가 오르고 꽃이 피었다. 하얀 무꽃이 언덕을 뒤덮어 장관이다. 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한라산을 배경으로 무꽃 사진을 찍었는데, 작품이 환상적이었다. 누군가 축제를 제안했고, 쉽게 뜻이 모였다.
절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했던가?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이 무꽃을 보면서 위로를 얻을 기회를 만들자는 것인데, 사실 위로는 행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이 받는 눈치다.
축제의 제목이 ‘한라산 아래 놈삐꽃 필 무렵’이다. ‘놈삐’는 무를 의미하는 제주어다. 이효석이 수필 ‘메밀꽃 필 무렵’에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고 묘사했듯, 이곳에서도 바람에 흐느적거리는 무꽃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축제는 8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하례2리농촌체험휴향마을협의회와 하례리생태관광협의체가 주관하고 마을회와 마을기업이 함께 한다. 포토존과 무밭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마련됐다. 현장에서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무말랭이와 놈삐차를 구매할 수 있고, 놈삐전도 맛볼 수 있다.
남원읍 하례리 1809번지에서 열린다. 예약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다. 입장료와 체험비가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담당자(010-8662-2869)에게 문의하면 된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출처 : 서귀포신문(
http://www.seogwipo.co.kr)